예배처소 진행경과 보고-1
가을이 깊어지며 어느덧 '초겨울'이라는 단어가 일기예보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계절이 되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입김을 내뱉고 옷깃을 여미기도 하면서 이제 정말 겨울이 다가왔구나 느낍니다. 독감도 유행하고, 코로나 재유행에 관한 전망도 있는만큼, 중보해주시는 모든 분들의 건강을 위해 진지하게 기도합니다. 강건하시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중보합니다.
가장 먼저, 지난 기도편지와 별도의 글에서 언급했던 예배처소를 계약하지 못하게 되었다는 아쉬운 소식을 전합니다. 저와 아내의 마음에 쏙 들었기도 하고, 이런저런 모양으로 꿈꾸는 사역들에 가장 유용하고 멋지게 쓰일 수 있을거라는 기대감에 한껏 들떠있으면서도 마지막까지 일련의 의구심(?)을 두고 치밀하게 살피다가 발견한 몇가지 제한사항으로 인해서 아쉽지만 방향을 바꿀 수 밖에 없었습니다. 기도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특별히 마지막까지 신중할 수 있도록 기도해달라고 부탁드렸던 제목에 대해 하나님께서 민감히 응답하며 인도하셨다고 믿기에 아쉬움은 있지만 실망하거나 낙심하지는 않습니다. 다시 한번 붙잡아주시는 하나님께, 기도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래서 다시 영점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런김에 이곳의 상황에 대해 보다 더 자세히 설명드리며 보고드립니다.
1. 부동산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곳
시사경제에 어느정도 관심을 갖고 계신 분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이곳 세종은 아주 특별한 부동산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뿌리내리고 살아가는 원주민의 라이프스타일이 반영된 결과이겠지만, 그것만으로 전부 이해되지 않는 묘한 분위기와 문화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휘황찬란한 새건물과 넘쳐나는 공실, 그럼에도 떨어지지 않는 높은 가격은 부동산에 문외한인 저로서는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가격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듣자하니, 이러한 결과적인 양상은 세종시 출범 이후 지난 10년간 이런저런 정치사회적 분쟁의 산물이라고 하더군요. 이해하기 어려운 현실이지만 이곳을 살아가야 하니 보다 더 치밀히 알아야할텐데, 개인적으로 제게는 너무 생소한 분야라 긴장되고 어렵습니다. 지혜로운 결정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할 것들에 어둡지 않도록 기도해주세요.
또한 이러한 정책의 변동, 정치지형의 변화는 곧바로 부동산 가격에 반영되어 지난 몇년간 기록적인 등락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이 저의 목회현실과 무슨 상관이 있냐면, 이곳 세종의 적지 않은 사람들이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에 핑크빛 꿈을 가지고 소위 말하는 '영끌'하여 집을 산 사람이거나, 소위 '갭투자'라 불리는, 실제로 본인은 거주하지 않으면서 이곳의 주택을 매수하여 시세차익을 얻으려 했던 다주택보유자들의 전세세입자이기 때문에 앞서 언급한 뉴스들에 민감했습니다. 은행 대출을 끌어안고 어렵게, 무리해서 내집마련을 한 사람들은 최근의 경기침체와 은행금리 폭등에 힘겨워하고 있고, 다주택보유자들의 전세세입자들은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소위 말하는 '깡통전세'가 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집주인들 역시도 떨어진 집값에 낙담하긴 마찬가지이지요. 그러니 지금이야말로 참된 '소망'을 이야기하기에 적기다 싶지만, 당장 어려워하는 마음을 달래고 만져주어야 할 큰 책임감이 느껴집니다.
2. 높은 수준의 규제로 도시미관 유지
교회가 예배처소로 입주할 상가를 찾으면서 가장 우리의 발목을 붙잡는 것이 바로 이 '규제'입니다. 사실, 앞서 말씀드린 직전에 낙점했던 처소도 바로 이 이유 때문에 백지화 되었는데요, 이유인즉 이렇습니다.
아마 모든 도시에 '도시정책'이라는 것이 존재하겠지요? 세종은 상가건물을 시에서 관리함에 있어 '건축과'라는 곳에서 실무를 감당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와는 별도이면서 동시에 우선적으로 도시미관을 위한 정책을 가지고 '도시정책과'라는 곳에서 건축물의 목적과는 별개로 입주 가능한 업종을 관리하고 있었습니다. 때문에 건축물대장에 기록된 건축물의 목적과, 각 상가호실이 등기된 상가의 용도가 교회가 입주할 수 있는 모든 요건에 부합한다 하더라도 해당건물이 '도시정책과'의 미관정책상 교회를 허가하지 않는 건물이라면 우선적인 적용을 받아 교회가 입주할 수 없는 것이지요. 아마 교회의 아웃테리어가 도시미관을 헤친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마음이 씁쓸하네요. 여튼, 이러한 이유로 앞서 낙점했던 상가도 건축물 대장 OK, 호실 소유주 OK, 건물 관리단 OK로 순풍에 돛 단 듯한 순항중이라 생각했는데, 오랜 친구가 확인해준 중복체크에서 이 내용을 발견하여 모든 것을 백지화하였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겠다는 교회가 편법이나 꼼수로 세상에 파고들 순 없으니 말이죠. 약간의 아쉬움은 있지만, 실제적인 손해를 보거나 어려움을 당하기 전에 막아주셨다고 믿으며, 오랜 친구이자 본업이 무엇인지 헷갈릴 정도로 이 분야에 밝은 한성동에게(칭찬임) 이 지면을 빌어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앞으로도 계속 부탁해! ㅋ
3. 활발하지 않은 상권, 그럼에도 비싼 임대료... 교회 입주 중복
앞서 언급한 것보다 더 많은 여러가지 이유로, 세종시의 상권은 사실 활력이 잘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상가의 공실은 여전히 비싸고, 싼 곳을 찾아가보면 나름의 이유가 분명히 있었습니다. 이러한 여러가지 상황이 복합되어, 적은 예산으로 넓은 평수를 찾으며 소음을 발생시키는 교회가 입주할 수 있는 상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추려졌습니다. 바로 이것이 한 건물에 많게는 4-5개의 교회가 뭉쳐있는 이유였습니다. 세종시의 상가건물은 위와 같은 이유가 흡사 쳇바퀴를 굴리는 것처럼 반복되며 고착되어 가고 있었고, 교회와 상점들 모두 생존을 위해 정착한 결과가 지금의 제가 보고 있는 현실이었던 것입니다.
결론과 기도제목
예배처소로서의 교회가 입주할 건물을 찾으면서 저는 몇가지 대원칙을 갖고 있었습니다. 같은 건물에 교회가 있으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과 편법이나 꼼수를 시도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중 두가지 였습니다. 그런데 이러한 현실 앞에서 저는 저의 대원칙이 과연 현실적인 것인지, 실행 가능한 것인지를 점검하게 됩니다. 개인적인 자존심으로는 대원칙을 세우기까지 치열하게 연구하고, 그 결과로서의 대원칙은 목숨 걸고 지킨다는 멋진 모습이고 싶지만, 이것이야말로 비본질적인 부분이 크기에, 또한 내가 세운 대원칙이 이상주의자의 비현실적 탁상공론이라면 그것을 고수하는 것보다 현실을 반영하여 수정하는 것이 훨씬 더 지혜롭고 겸손한 일이라고 믿기에 다시 원점에서 고민하고 있습니다. 내가 심겨진 세종이라는 도시에 대해 점점 더 알아가면서 이 대원칙이 이곳의 현실과 맞지 않는 것이라면 보다 더 지혜로운 전략을 달라고 구하고 있습니다. 이제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서, 우리의 삶은 교회가 마음껏 예배하고 모일 수 있는 곳이 어디일지 인도해달라고 기도해주십시오.
지금 이글을 쓰는 저는 하나복 심화강좌 세미나에 참석차 나와있습니다. 세미나를 들으며 예배처소에 관한 고민이 다시 되더군요. 지금 이 출발선상에 서서, 과연 이토록 헤비한 '부동산'을 끌어안고 가는 것이 과연 맞을까 하는 것입니다. 아무리 모교회인 뉴사운드교회에서 재정적 지원을 해주신다 하더라도, 아직 찾는 이 하나 발견하지 못한 입장에서 예배처소를 먼저 마련해두는 것이 과연 맞을까 하는 원초적 의구심이 듭니다. 2년간의 지원이 약속되어 있지만, 2년 후에 같은 비용의 렌탈비를 지불할 여력을 갖춘 교회로 성장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일까, 그때 되어서 그만큼의 비용을 처소 유지에 투입한다면 그것은 그 때에 과연 필요한 조치일까.. 여러가지로 마음이 복잡합니다. 세미나 기간동안 짬짬이 차근차근 생각을 정리하며 인도하심을 받도록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이만 줄입니다.
모두에게, 제게 친절하셨던 예수님의 친절하심이 갑절 그 이상으로 나타나길 축복하며..
세종을 품고,
시소네 가족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