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생각하며

그들에게도 이름이 있었다.

시소대디 2022. 11. 25. 22:28

최근 한달간은 부동산을 뒤지느라 여념이 없었다. 어지간한 부동산은 전화해보지 않은 곳이 없었고, 가격과 조건, 위치가 맞는 곳은 '모두' 가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가 되었다. 예배처소, 거점으로서의 교회가 정해져야 진전이 생길텐데, 이것이 맞으면 저것이 아쉬운 식의 제자리걸음이 반복되자 여간 몸이 닳는게 아니었다. 그렇게 조금씩 더 세종에 대해 알아갔다. 

 

그런데 내게 조금 낯선 변화가 생겼다. 그것은 바로 부동산 중개인과의 통화해서 매물의 위치를 물을 때 '건물의 이름'을 묻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당연하지 않게도 나는 '건물의 이름'을 모르고 있었다. 이제껏 그 건물에 입점한 상가의 이름 정도만 알고 있었지 그 '건물의 이름'에 대해서는 그다지 관심을 가질 필요도, 이유도 없었다. 그런데 내가 몰랐던 사실, 모든 건물, 빌딩에는 이름이 있었다. OO빌딩, OOO프라자, OO비즈니스센터... 등 모든 건물에는 이름이 있었고, 이 건물에 관한 정보는 인터넷 상에 공개가 되어 있었다. 아, 이렇게 내가 모르는 세상이 있었구나, 내가 관심이 없었을 뿐이지, 모든 건물에는 이름이 있었구나..!

 

드나드는 사람이 많은 유명한 교회에서 사역하면서 나도 모르게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에 대해 관심을 갖지 못했던 것 같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그 사람의 이름을 외우기가 어려워졌다. 이전에는 드나드는 문 앞에 서서 인사를 나누고 있노라면 지나는 이들 대부분의 이름을 알고 있었고, 가끔 모르는 이들의 이름을 외우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지 낯설고 이름 모를 이들이 많아졌고 나 역시 나의 흔적을 지우느라 그들의 이름을 알려하지, 다가가려 하지 않았다. 

 

이제 나는 진짜 개척교회 목사다. 개척멤버 0명인 개척교회 목사. ㅎㅎㅎ

이제야 진짜 내 입으로 증거할 '복음'의 날을 가는 중이고, 내가 만난 예수님의 이야기를 정리하는 중이다. 내게 '이름'을 알려줄 그 이는 과연 누구이며 어디에 있을까? 이름으로 불려질 그들을 하나의 성숙한 인격체로 존중해야 할텐데, 나는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이제 내게 남겨진 숙제, 이름을 찾아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