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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마을 밴드에게 고함

시소대디 2024. 1. 18. 12:25

나는, 어설픈 재능을 빛나는 달란트로 착각하여 더 이상 계발하지 않았기에 당연히 냉담했던 현실과 타인을 마치 그들의 무자비함인양 탓했다. 당연하게도 연습하지 않는 나의 연주에는 언제나 모자람이 있었지만 나는 그것이 모자랄 수 밖에 없는 합리적인 이유를 말로 [설명하려] 했다. 다행인건지, 아니면 이미 그들도 다 알고 포기한 것인지 내 주변의 연주자들은 그것을 참고 받아주었고 나는 딱 그저그런 사람으로 프로가 되지 못하는 과한 취미연주자 정도에서 멈추었고 만족해버렸다. 

 

세월이 흐르고, 정말 삶을 음악에 지불해버린 진짜들을 만나면서는 한때 내 자랑이었던 구르는 재주가, 부끄러움이 되었다. 그들의 피나는 연습과 현실 앞에서 내가 지불했던 대가는 취미생활에 불과했다. 연습과 음악에 관하여는, 장황하게 늘어놓을 무용담도 제법 있지만 진짜들 앞에서는 유치한 자랑일 뿐이었다. 

 

그때의 나를 떠올리며 지금 내게 맡겨진 아이들을 생각해본다. 물론 전업 뮤지션이 비전이 아닌 친구들이 더 많지만, 음악과 연주는 분명하고도 정직하게 인생과 삶, 땀과 노동의 인과관계에 대해 가르쳐준다. 심지어는 인생의 원리와 전반에 대해서도 알려준다. 50시간을 들여 연습한 연주를 5분만에 보여주고 평가 받아야 하는 연주자의 삶은, 빛나는 5분을 위한 처절한 대가지불에 대해 가르쳐 주기에 더없이 좋은 교보재다. 간혹 정말 최선으로 연습했음에도 아차 싶은 실수가 전부를 망칠때면, 내지는 내 잘못이 아닌 타인의 잘못으로 인해 나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준비한 모든 것이 허무하게 물거품 되는 순간이 있기도 하다는 인생의 냉정한 단면까지도 경험하게 해준다. 

 

어른으로서, 다음 세대를 향한 애타는 마음은 언제나 잔소리로 현현(?)한다. 그것은 내가 놓쳐버린 기회를 '너희는 그러지 말아다오!'하는 처절한 부탁인 셈이다. 좋은 결과물은, 딱 우리의 노력 만큼만 나올거다. 그렇기에 결과물은 크게 신경쓰지 않아도 된다. 다만, 애쓸 수 있었던 시간을 그냥 보냈다는 후회가 남게는 하지 말자. 그게 오늘의 목표다. 

 

2024년의 겨울, 딱 20년 전 반지하 선교단 연습실에서 드럼패드를 앞에 두고 하염없이 울며 후회했던 그 순간을 다시 돌이키며..

다음 세대에게, 목사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