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교회 개척기

예배는 삶으로 완성되고, 삶은 사람을 정의한다.

살며 생각하며

칼을 갈다가 손을 베었다.

시소대디 2022. 9. 16. 17:35

지난 명절을 보내며, 오랜만에 집에 머무는 시간을 길게 갖고 이래저래 밀린 집안일들을 했다. 예기치 않은 곳과 타이밍에  숯돌도 찾아서 그간 날이 무뎌지도록 내버려뒀던 부엌칼 몇자루와 과도까지 칼을 갈았다. 엄마는 가끔 지나는 말로 '아빠가 안 계신걸 가장 실감하는 때가 칼이 안 들 때'라고 말씀하시곤 했기에, 나는 유독 칼날을 벼리는데 줄곤 신경을 썼다. 그런데 막상 생활이 바빠지며 집안을 돌보지 못하다보니 정작 우리집 칼이 무뎌져 있었다. 반성하는 마음으로 열심히 갈다가 그만 손을 베었다. 그런데 사실, 손을 베인 이유는 칼을 열심히 갈아서가 아니라 정확한 방법대로, 소위 말하는 정석(定石)으로 갈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칼은 정석대로 갈면 손을 벨 일이 절대로 없다. 손을 벨 수 없는 방향과 방법으로 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날의 나는 무슨 생각이었는지, 그나마 조금 편하려 했던건지, 빨리 간편하게 갈려했던건지, 여튼 내 왼손을 지지대 삼았으니 이만하길 다행인 셈이다. 

 

그렇다. 모든 일에는 정도(正道)가 있다. 

빨리 빨리, 대충대충... 지금 당장 내 눈에 이상이 없다고 해서 정도를 무시하고 변칙적으로 운용하면 탈이 나게 마련이다. 그것이 '정도', '정석'이 중요한 이유다. 

 

다시금 곱씹어본다. 나는 왜 손을 다쳤을까? 정석대로 하지 않아서다. 

나는 지금 무얼하고 있는가? 교회를 세우는 인고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매뉴얼로의 정석은 없다하더라도

기도와 고민, 눈물과 한숨, 찾아가고 만나는 일을 하지 않고서는 어찌 교회가 세워질 수 있을까?

 

교회는 건물이 아니다. 집단도 아니다.

 

교회는, 그제 나와의 만남을 펑크낸 그 아저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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