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부터 시작된 3박4일간의 세미나 일정-
명찰에 새겨진 '개척준비중'이라는 구별기호가 이제 본격적으로 '부교역자'의 옷을 벗고, '담임목사'의 삶이 시작되고 있음을 실감케 해준다. 이 작은 호칭변화는 이제껏 겪어왔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부분에 있어 보다 더 격렬하게 변화되어야 함을 의미한다는 것을, 교회의 울타리 밖으로 나와서야 더욱 실감하게 된다.
이제껏 나의 행동과 판단의 근거는(아마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이 사역필드에서 유명인인 담임목사님의 위신과 체면에 누가 되지 않는 것이었다. 그분의 유력함만큼이나 나의 위치와 행동이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고, 이에 책임감을 가지고 행동하고, 만나고, 말했다. 때문에 만나는 사람과 만나지 않는 사람이 생겼고, 만나서 해야할 이야기와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가 생겼다. 이것은 나의 삶과 신앙에서 비롯된 가치와 철학이라기보다 많은 부분 소위 부교역자 윤리에서 비롯된 스스로의 굴레였다. 때문에 불필요한 자리에서 불필요하게 시간을 보내는 것은 내 흠결을 내보이는 것과 더불어 그분의 명성에 누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피하기 일쑤였지만 이제 나는 다르게 살아야 함을 더 깊이 느낀다. 보다 많은 사람들과 삶을 나누고, 투명하게 내 삶을 보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려면 투명하게 내보여도 부끄럽지 않을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런 삶을 살고 싶다! 그 삶을 통해 제한된 인간관계의 울타리를 허물고, 보다 많은 사람들과 어떻게 펼쳐질지 모르는 인생의 무한한 가능성을 나누고 싶다. 그런 내게 낯가림과 체면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히려 해가 될 뿐.
이제는 정말로 내가 생각하고 가치있게 여기는 철학대로 행동하고 말해야 한다. 사람들은 내게 그 책임을 물을 것이며, 나와 함께 세워갈 공동체를 판단할 것이다. '과거에 이런 생각 때문에...' '해오던대로...' 식의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억울한 부분이 생긴다 하더라도 나는 그에 대한 책임을져야할 삶으로 뛰어든다.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하라. 그리고 책임을 지라.
오늘 강의에서 가장 인상 깊으면서도 강렬했던 한 부분, 교회의 의사결정은 충분한 의견 수렴 후 리더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책임을 진다. 그 결정은 곧 '우리'의 결정이다.
책임을 두려워하지 말라.
'살며 생각하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그들에게도 이름이 있었다. (0) | 2022.11.25 |
---|---|
환영합니다! (0) | 2022.11.14 |
흔적에 관하여- (feat. 상처, 세월) (0) | 2022.11.04 |
교회의 이름을 정했습니다. 아니, 본래대로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0) | 2022.11.01 |
잠을 깨우시는 이유가 무엇일까? (0) | 2022.10.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