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손님을 맞이한다고 맞이방에 제법 많은양의 초콜릿을 사다 놓았다. 코스트코에서 유명한, 브랜드는 잘 모르지만 나는 가끔 카페에서나 맛보았던 달고, 식감 좋으며 큼직한 초콜릿이다. 나는 식욕에 연약한 사람이라 입에 달콤한 초콜릿은 하나로 만족할 수 없었다. 그래서 미팅이 끝나고 나거나, 커피를 한잔 찾아 마실때면 선 자리에서 두어개를 냉큼 집어먹곤 했는데, 오늘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최근 속이 더부룩하고 썩 좋지 않은 느낌이 뱃속에서부터 있었는데, 오늘 사무실로 올라가는 길에 맞이방에서 어제 미팅 후 접시에 남겨진 초콜릿 세개를 홀랑 집어 먹은게 딱 그 느낌이 왔다. 이 단순한 일이, 경험이 크고 당연한 깨달음을 주었다.
"입에 달고 몸에 좋지 않은 것을 계속해서 먹을 것인가, 당장의 달콤함을 포기하고 건강을 얻을 것인가?"
당연한 사건, 당연한 전개, 당연한 결론.
다시 말해 이미 존재하던 진리, 이미 발견되어 선포된 진리이지만 인간은 '경험'을 통해 얻는 진리의 무게를 다르게 느낀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진리를 말하는가가 아닌, 그 개인으로 하여금 어떻게 진리를 경험토록 할 것인가이다.
목회의 1막을 열었다.
그간의 나는 목회자라기 보다는 사역자였다. 목회의 일을 돕고, 종교적 일을 관장했지만 양떼를 돌보는 목회자와는 거리가 멀었다. 나는 양떼를 위해 생명을 버릴 준비가 된 사람이 아니었다. 물론 지금의 내가 180도 바뀌어서 이제는 양들을 위해 생명을 버릴 준비가 되었노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다. 나는 여전히 이기적이고, 목회를 모르며, 많은 부분 하나님을 오해하고 있다. 그래서 나와 함께 자라갈만한 사람들을 붙여주셨음에 감사하다. 어머니처럼 믿고 기댈만큼 신앙경험이 있는 어른을 보내주셨고, 형 같지만 투박하고 순수하여서 마치 캔버스에 그림을 그리듯 전하는 복음을 그대로 흡수하는 사랑스런 형제도 보내주셨다. 한걸음 멀리서 돈터치의 기운을 내뿜는 지체가 계신가하면 하는거 없이 애정이 가는 사랑스런 MZ도 있다.
개척하자마자 모든 세대가 어우러지다니..!
은혜가 아니고서는 무엇으로 설명하겠는가..?
이제 나는 저들의 영적 건강과 성숙을 책임지는 목회자로서 저들의 입에 달고 맛있는 초콜릿을 차릴 것인가, 맛이 좀 덜하더라도 건강에 좋은 건강식을 차려낼 것인가를 선택해야 한다. 초콜릿은 당장 달콤한 결과를 가져오겠지만, 그렇게 시작하는 굴레를 떨쳐낼 용기가, 가까운 미래의 내게 과연 있을까? 본질에 천착하는 목회를 하겠노라 다짐했던 이유를 상고하며, 그런 의미에서 초콜릿을 먹으면 부글부글 끓는 내 속사정(?)은 목회의 본질을 잊지 말라는, 조금 싸구려 버전의 바울의 안질과 같은 장르의 '육체의 가시'가 아닐까.
목회가 힘들때면 초콜릿을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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