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교회 개척기

예배는 삶으로 완성되고, 삶은 사람을 정의한다.

살며 생각하며

여치

시소대디 2024. 7. 13. 11:41

#삶은교회

아내에게 전화가 왔다.
어떡하냐며 흐느낀다.
제대로 말도 못한다.
아이를 픽업해야 할 시간에 온 전화라 직감했다.
'교통사고구나..!'
'어디야? 무슨 일이야?'
재차 묻는 짧은 순간에도 많은 생각이 스친다.

얼른 전화를 끊고 119에 신고해야 하나
빨리 달려가야 하나

급한 마음에 차키를 챙기다 설교준비중이던 참고서적에 눌러놓은 서진이 밀려나며 표시해둔 페이지가 호로록 덮였다.
그깟게 대수랴-

책상에서 일어서다가 키보드트레이가 무릎에 걸리며 빠직 소리를 낸다.
그깟게 대수랴-

급히 몸을 틀다가 책상모서리 옆에 슬며시 튀어나온 독서대에 옆구리를 호되게 찧었다.
그깟게 대수랴- 사랑하는 여인이 도로 한복판에서 울고 있는데.

신는둥 마는둥 슬리퍼를 발에 걸친채 사무실 문을 뛰어 나서는 내게 전화기 너머로 아내가 울음섞인 목소리로 더듬거리며 말한다

'방사능이.. 환경오염이...'
.
.
.
??
.
.
'메뚜기가.... 메뚜기... 흐긓르그흐극흐륵'
.
.
??
.
.
메뚜기? 방사능?
메뚜기가 차 안에 들어와 있어서 놀라서 사고가 났나?
.
.
'너무 커.... ㅠㅠ 흐그흐극흘흐그흑'
.
.
.
일단 교통사고가 아닌게 확실해지면서 나는 고민했다.

화를 내야하나, 달래줘야 하나
교통사고 안났으니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북한에서 온 드론이라고 할까
가면라이더라고 할까

고민하다가 냉랭하게 식은 목소리로 답했다.

'...여치야...'

오늘도 평화로운 시골교회

오늘, 부부싸움을 할까 한다


그깟것들이 대수가 되기 시작했다.. 하아...

크긴 진짜 크더라...

#우리의삶은교회입니다 #여치 #좋은단백질원이죠 #미슐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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