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날이 있다.
목사의 설교는 동어반복일진대,
문득 늘 들었던 그 문장이 갑자기 맘 속에 담기는 날이.
그런 날이 있다.
책 속의 활자는 여전히 그대로일진대,
갑자기 CG처럼 글자가 뭉개뭉개 떠올라 내 눈에 확 들어오는 날이.
그런 날이 있다.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이미 경험해서 무뎌진 것들인데,
갱지에 흑백으로 프린트되어 보고 또 본 풍경이라 별다른 감흥이 없는 사진인데,
갑자기 물감 한방울이 떨어져 온통을 물들이는 것처럼
생동감있는 컬러가 되어
울컥
눈가와 가슴께를 누르는 날이.
흔히- '은혜'라 부르던가.
어제가 그에게 그런 날이었던 것 같다.
어제는, 그렇게 평범하지만 위대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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